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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모든 팀에는 ‘슈퍼 퍼실리테이터(Supre-Facilitator)’가 필요하다

우리 대부분은 ‘슈퍼 퍼실리테이터(Super-Facilitator)’라 불릴 만한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있다. 그들은 팀 구성원 각자의 고유한 강점을 하나로 모아 최적의 팀 성과를 이끌어내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다양한 전문성을 통합하고, 구성원의 공정한 참여를 촉진하며, 팀 내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즉, 집단이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낸다. 이 글에서 스탠퍼드 심리학자 자밀 자키(Jamil Zaki)는 슈퍼 퍼실리테이터와 집단지성, 팀 퍼포먼스에 관한 최신 연구를 정리한다. 그는 NBA 스타 크리스 폴(Chris Paul)의 사례를 통해, 슈퍼 퍼실리테이터들이 어떻게 세 가지 능력을 통해 성공적인 협업을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준다.

1️⃣ 조율(Attunement) — 지각(perception)과 공감(empathy)을 활용하여 팀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능력
2️⃣ 소통(Communication) — 후배를 멘토링하고 동료의 역량을 신뢰함을 표현하는 리더십
3️⃣ 분배(Distribution) — 모든 구성원이 공정하게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조정하는 능력

자키는 덧붙여 말한다. 슈퍼 퍼실리테이션은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는 이를 위해 각 구성원의 강점을 이해하고, 타인에 대한 신뢰를 명확히 표현하며, 모두가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전략을 제시한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누구나 개인의 강점을 집단의 역량으로 전환시켜, 고성과 팀(high-performing team) 을 만들 수 있다.


크리스 폴은 NBA에서 20년간 활약해 온 베테랑 선수로, 개인적으로도 눈부신 커리어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를 독보적으로 만드는 통계가 하나 있다. 그는 네 번의 팀 이적을 거쳤고, 매번 합류한 팀은 2년 이내에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다른 어떤 선수도 이런 영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를 “크리스 폴 효과(Chris Paul Effect)” 라 부른다.

폴은 NBA 역사에서 특별한 존재지만, 우리도 일상에서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함께하는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구성원 각자의 강점을 하나로 엮어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우리는 ‘슈퍼 퍼실리테이터(Super-Facilitator)’라 부를 수 있다.

집단 성과의 새로운 과학

최근 몇 년 사이, 팀의 성공을 이해하는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운 연구들은 퍼실리테이터가 단순히 ‘팀워크가 좋은 사람’ 그 이상임을 보여준다. 베스트셀러 작가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가 말한 ‘슈퍼 커뮤니케이터(Supercommunicator)’가 사람들 간의 이해를 최적화하는 존재라면,
‘슈퍼 퍼실리테이터(Super-Facilitator)’는 사람들을 연결시켜 최상의 그룹 퍼포먼스를 설계하는 건축가(architect) 와 같다.

그들은 다양한 전문성을 통합하고, 공평한 기여를 이끌어내며,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집단이 함께 사고하고, 혁신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종종 리더이기도 하지만, 크리스 폴처럼 팀원 중 한 명으로서도 동료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촉진자가 된다.

이 글에서 필자는 슈퍼 퍼실리테이터, 집단지성, 팀 퍼포먼스에 관한 주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중 핵심은 다음과 같다.

“슈퍼 퍼실리테이션은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학습 가능한 기술이다.”

이는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다. 이미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식별하고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구든 훈련을 통해 슈퍼 퍼실리테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조직으로서의 팀 (The Team as Superorganism)

우리 문화는 흔히 혁신을 ‘고독한 개인의 등반’으로 묘사한다. 외딴 산정상에서 홀로 연구하며 세상의 이해를 뛰어넘는 ‘천재’의 이미지 말이다.
위대한 혁신가는 대체로 오랫동안 이해받지 못하다가 돌파구를 만들어내면 세상이 뒤따른다는 서사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이 리더십에 적용되면 조직에 유독한 관행을 낳을 수 있다.

2019년, 필자의 동료 캐럴 드웩(Carol Dweck)과 연구진은 포춘 500대 기업 433곳의 미션 선언문을 분석하고, 이를 Glassdoor 리뷰 점수와 비교했다.
그 결과, ‘개인의 천재성’을 강조하는 “지니어스 문화(culture of genius)”를 표방한 기업일수록 낮은 평가를 받았다. 추가 연구에서는 그러한 기업들이 협업, 신뢰, 그리고 조직적 진실성에서도 더 약한 수준을 보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비전 있는 CEO가 모든 의사결정을 통제하는 리더십 스타일도 위험하다. 2024년, Y Combinator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이런 방식을 “창업자 모드(founder mode)”라 명명하며, 이 스타일이 개인주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때로는 권위주의적·심지어 학대적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진정한 천재성은 개인이 아닌 ‘팀의 스포츠’였다.


집단지성의 발견

2010년, 심리학자 아니타 울리(Anita Woolley)와 동료들은 팀을 위한 IQ 테스트를 개발했다. 개인용 IQ 테스트처럼, 이 테스트는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했다 — 예를 들어, 경제적 판단, 복잡한 방정식 풀이, 윤리적 결정에 대한 합의 도출 등이다. 그 결과, 일부 팀은 여러 영역에서 일관되게 높은 성과를 보였으며, 이는 그들이 일종의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 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많은 사람들은 ‘뛰어난 팀은 뛰어난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그렇지 않았다. 울리의 연구에 따르면, 최고의 팀은 개개인이 특별히 천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스스로를 조직화할 수 있는 ‘메타 재능(meta-talent)’ 덕분이었다. 즉, 슈퍼 퍼실리테이터가 이 통합적 강점(synthetic strengths) 을 최적화한 것이다.


집단지성 vs. 군중의 지혜

이 통찰은 흔히 알려진 ‘군중의 지혜(wisdom of crowds)’와는 다르다. 집단지성은 단순히 개인들의 평균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차이를 통합(integrate) 하여, 마치 하나의 초유기체(superorganism) 처럼 작동하게 만든다. 이 초유기체의 각 구성원은 서로 다른 전문 분야를 맡고, 중복된 노력을 피하며,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영역에서 깊이 있는 탐구를 수행한다. 그 후 짧고 집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합의점을 도출한다. 이런 ‘거래적 시스템(transactive system)’ 을 갖춘 팀은 시간과 사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권력을 다투기보다 지식과 전문성을 결합하며, 서로에게서 배우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이 있다. 집단지성을 발휘하려면, 팀 구성원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해야 한다.

고전적인 실험에서 팀들에게 모의 제품 출시, 라디오 조립 등 다양한 과제가 주어졌다. 그 결과, 동료의 전문성을 신뢰한 팀이 서로를 감시하거나 간섭한 팀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냈다.

퍼실리테이터의 초능력 (Facilitator Superpowers)

집단지성이 팀의 두뇌라면,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그 팀의 전두엽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역할을 조율하고,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만들며, 신뢰를 구축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내는가? 연구자들은 세 가지 주요 방식을 밝혀냈다.


1️⃣ 조율(Attunement)

포인트 가드인 크리스 폴은 ‘코트 비전(floor vision)’으로 유명하다. 그는 경기장을 끊임없이 읽고, 기회를 포착하며, 누가 가장 좋은 위치에서 득점을 할 수 있는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한다. 어떤 분석가는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거의 예지력에 가까운 시야로 경기를 본다. 수비 진형을 순식간에 해석하고, 동료를 위한 찰나의 찬스를 만들어낸다.”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바로 이와 같은 지각적 능력을 지니며, 이를 통해 고성과 팀을 창조한다. 특히 그들은 공감(empathy) —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능력 — 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공감은 사회적 자석과 같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새로 입학한 대학생들이 기숙사에서 맺는 사회적 관계망을 추적했다. 그 결과, 공감 능력이 높은 학생들은 빠르게 공동체의 중심 인물이 되었으며, 다른 학생들로부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구(confidant)” 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았다. 후속 연구에서는 이들의 얼굴을 보여주었을 때, 타인의 뇌에서 보상과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ion) 과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되는 현상도 관찰됐다.

공감적인 사람들은 공동체의 구조를 더 정확히 파악한다. 예를 들어, 누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더 잘 인식한다. 이러한 능력 덕분에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구성원들의 관계망을 파악하고,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나 회의에 참여시킨다.

초기 집단지성 연구는 이런 공감적 조율 능력을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 연구에서는 팀원들이 서로의 눈 사진만 보고 상대의 감정을 추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사회적 통찰력(social perceptiveness) 이 높은 사람들이 IQ가 높은 사람들보다 팀을 더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성과를 극대화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서로의 표정을 미묘하게 따라 한(paired mimicry) 사람들일수록 협력의 질이 높았다. 이 역시 슈퍼 퍼실리테이터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2️⃣ 소통(Communication)

NBA 경력 내내 크리스 폴은 후배 선수들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2021년, 한 스포츠 기자는 그를 “팀 내 모든 선수가 의지할 수 있는 베테랑 슈퍼스타이자, 성장의 스펀지 역할을 하는 존재” 라고 묘사했다.

많은 동료 선수들도 비슷한 평가를 한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줄리언 참파니에는 “그는 코치이자 친구 같다. 뭐든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다.” 라고 말했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조너선 쿠밍가는 “그는 코트 위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많은 지혜를 준다.” 고 했다.

이러한 평가는 슈퍼 퍼실리테이터를 식별하는 방법 중 하나를 알려준다. “그 주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가?” 연구자들은 종종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리더를 평가한다.

  • “당신의 리더는 당신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있습니까?”

  • “당신은 리더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알고 있습니까?”

슈퍼 퍼실리테이터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질문들에 긍정적으로 응답한다. 그들은 자신의 최고의 모습(best self) 을 리더의 눈에서 본다. 더 나아가, 슈퍼 퍼실리테이터가 ‘명확하게’ 신뢰와 믿음을 표현할 때, 동료들은 실제로 그 믿음에 걸맞은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군(Canadian Armed Forces) 연구에서는 지휘관과 긍정적 관계를 가진 병사들이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이 더 높고, 팀 단위 성과도 우수했다.

이것은 특히 부진한 구성원에게 중요하다. 많은 리더들은 성과가 낮은 사람을 고정관념적으로 판단해 “변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달랐다. 그들은 그 구성원의 잠재력을 명확히 지적하고, 가능성을 믿음으로 표현했다. 이로써 구성원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획득된 신뢰(earned trust)’를 형성하며, 높은 기대에 부응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이는 슈퍼 퍼실리테이터가 무조건 관대하다는 뜻은 아니다. 팀에 부합하지 못하는 구성원이 있을 경우, 그들은 이를 명확하고도 자비롭게(clarity with compassion) 전달하고, 억지로 끌고 가지 않는다.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최적의 그룹 퍼포먼스의 설계자(architect)다.
그들은 집단지성 — 즉, 집단이 함께 사고하고, 혁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 을 만들어낸다.


공감이 슈퍼 퍼실리테이터의 마음가짐(state of mind) 이라면, 대화(conversation) 는 그것을 세상에 구현하는 도구다. 일대일 대화를 통해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팀원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강점을 팀 전체의 이익에 봉사하도록 연결한다.

연구자들은 10주 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한 50개 이상의 학생 팀을 분석했다. 그 결과, 리더가 팀원 간의 강한 협업을 기대하며 이를 명확히 표현한 팀일수록 갈등이 줄고, 문제 해결이 더 효율적이었으며, 조정력(coordination) 이 뛰어났다. 이것이 바로 집단지성의 핵심이다.


3️⃣ 분배(Distribution)

포인트 가드의 주된 역할은 공격을 조율하는 것이다. 훌륭한 가드는 팀의 흐름을 읽고, ‘핫핸드(hot hand)’에게 공을 전달하며, 자신감이 떨어진 동료에게 쉬운 득점 기회(easy wins) 를 만들어준다.

슈퍼 퍼실리테이터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협업의 순간마다 시간과 주의를 팀 전체에 분배하여 모두가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어느 한 사람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다음 회의에서, 각 구성원 앞에 체스 시계(chess clock) 가 있다고 상상해보라. 누군가 말할 때마다 그 사람의 시계가 돌아간다. 회의가 끝난 뒤, 각자의 발언 시간이 비슷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팀은 불균형하다. 몇몇은 발언을 독점하고, 다른 이들은 거의 말하지 못한다.

이런 패턴은 사기를 떨어뜨리고, 성과를 저하시킨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집단지성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누가 팀에 있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이다.

발언 기회가 고르게 분배될수록,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통찰을 내놓게 되고, 이는 더 기민하고 통합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

반대로, 한두 사람이 대화를 장악하면 다른 사람의 고유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사장된다.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자신이 너무 많은 시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아니타 울리는 이렇게 말했다.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에어타임(airtime)’을 독점하지 않음으로써 팀의 지능을 높인다.”

그들은 훌륭한 포인트 가드처럼 주도적으로 공을 분배한다. 즉, 발언의 흐름을 읽고, 다른 이가 빛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또한, 그룹싱크(groupthink) 를 경계한다. 군중이 항상 현명한 것은 아니다.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건설적 반대와 건강한 불일치를 장려함으로써
집단지성을 더욱 높인다.

장기적 관점에서 팀을 강화하기 (Empowering Teams for the Long Term)

‘창업자 모드(Founder Mode)’에서의 리더는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팀원을 도구처럼 사용한다. 반면,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팀원들이 함께 비전을 상상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두 접근 모두 나름의 가치가 있다. 과학자들이 팀을 모아 복잡한 전략 과제를 수행하게 한 연구에서, 절반의 리더는 “지시적(directive)” 전략을,
나머지 절반은 “권한 부여형(empowering)” 전략을 배웠다.

지시적 리더는 권위를 내세워 지시하고, 명확한 명령 체계를 유지했다. 반면, 권한 부여형 리더는 팀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깊이 협력하도록 격려했다.

초기에는 지시적 리더가 더 빨랐다. 그들의 팀은 신속히 움직였고, 단기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권한 부여형 팀이 앞질렀다. 그들은 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했다.

만약 리더가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면, 명령·통제형 접근도 단기적으로 유효하다. 그러나 장기 비전, 문제 해결, 혁신의 영역에서는
누구도 혼자 모든 답을 가질 수 없다.

위대한 리더는 모든 구성원이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 후에는 모두가 함께 큰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불을 붙인다. 그들은 협력과 창의성을 위한 공간(space) 을 만든다.


픽사의 사례 (The Pixar Example)

이 과정의 고전적 예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Pixar)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린다 힐(Linda Hill) 등의 저서
《Collective Genius》(2014)와 에드 캣멀(Ed Catmull)의 2008년 HBR 논문 〈How Pixar Fosters Collective Creativity〉 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픽사의 이야기는 종종 위대한 팀워크의 상징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팀 연구를 통해, 이 사례를 집단지성의 모델이자 슈퍼 퍼실리테이션의 교본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 가 있다. 이는 감독, 작가, 크리에이티브들이 모여 각 프로젝트를 함께 검토하는 핵심 그룹이다.

브레인 트러스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슈퍼 퍼실리테이터처럼 작동한다. 새로운 스크립트가 트러스트에 제출되면, 그들은 수 시간 동안 자유롭고 솔직한 대화를 이어간다.

“캐릭터가 충분히 살아 있는가?”
“시각적 표현이 몰입을 유도하는가?”
“스토리라인이 통합적이며,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는가?”

이와 같은 대화 속에서 이야기는 다듬어진다.


브레인 트러스트의 집단지성 원리

1️⃣ 형식적 권위가 없다.
트러스트 구성원들은 제안은 할 수 있지만, 지시할 수는 없다. 이 평평한 구조 덕분에, 구성원들은 솔직하면서도 친절하게(Candid yet kind) 의견을 나눌 수 있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 또한 도전받으면서도 지지받는 경험을 한다.

2️⃣ ‘촉매적 질문(Catalytic Questions)’을 활용한다.
에드 캣멀의 표현대로, 이는 비판이 아니라 호기심(curiosity) 의 표현이다.

예를 들어,
“이 캐릭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대신,
“이 캐릭터는 장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이 인물은 영화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
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런 접근이 대화를 닫지 않고, 열리게 만든다.

3️⃣ 협업 중심의 문화가 픽사 전체로 확산된다.
각 프로젝트는 수백 명의 기술자와 예술가가 참여하는 협업의 결과물이다. 캣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함께 만들지 않으면, 아무도 혼자 만들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슈퍼 퍼실리테이션의 정신이다 — 누구도 혼자 완성할 수 없는 것을 함께 창조하는 것.


슈퍼 퍼실리테이터 실천 매뉴얼 (A Super-Facilitator Playbook)

어떤 조직이든 브레인 트러스트의 원칙 — 비위계적 대화, 촉매적 질문, 협업 우선 문화 — 을 자신의 팀 안에 적용함으로써 집단의 탁월함을 배가시킬 수 있다. 다음은 그 출발점이 되는 세 가지 실천 전략이다.


1️⃣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에 맞게 플레이하라 (Learn and Play to Each Person’s Strengths)

슈퍼 퍼실리테이션의 첫 번째 원리는 “다름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이다. 팀은 각자의 고유한 역할이 서로의 강점을 보완할 때 비로소 번성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먼저 구성원의 강점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무엇을 해왔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과업에 몰입할 때 빛나는가” 를 아는 것이다. 이를 채용과 온보딩 과정에서부터 반영할 수 있다.

이후에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단순히 업무를 분배하지 말고, 각자의 동기와 역량에 맞춰 역할을 재설계(role crafting) 해야 한다. 팀 전체가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하면 더욱 좋다.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주도권과 맥락적 이해를 가지면 몰입도가 높아지고, 노력이 중복되지 않으며, 집단지성이 꽃핀다.


2️⃣ 타인에 대한 신뢰를 명확히 표현하라 (Communicate Your Belief in Others)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권한 부여형 리더십(empowering leadership) 을 따른다. 그러나 이는 리더뿐 아니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태도다. 가능한 경우, 의사결정을 집단적으로 내리고, 새로운 프로젝트나 주제를 시작할 때는 명령이나 해답 대신 질문으로 대화를 여는 것이 좋다. 불가피하게 상위 결정이 내려질 때도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 을 지켜야 한다. 즉,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투명하게 설명하고, 사람들이 질문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또한, 리더로서 타인을 진심으로 믿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믿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큰 소리로 신뢰하기(Trust loudly)’ 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길 때, “당신이 이 일을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는 확신을 명확히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

지원은 하되, 마이크로 매니징을 줄이고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신호는 사람들이 자신을 리더의 시선으로 보고, 그 기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3️⃣ 공을 계속 움직여라 (Keep the Ball Moving)

팀이 모여 논의할 때,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모두가 빛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발언권을 차지하는 사람’을 조정하는 적극적 모니터링을 의미한다. 실제 회의에 체스 시계를 들고 가는 것은 무리겠지만, 누가 얼마나 발언하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질문을 던졌을 때 외향적인 사람은 바로 말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조용히 남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려면, 모두가 5분간 각자 생각을 적은 뒤 한 명씩 공유하도록 한다.
이 방식은 내향적인 사람의 참여 확률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입증됐다.


결론 (Conclusion)

크리스 폴은 자기 자신이 뛰어난 선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팀의 다른 사람들을 빛나게 만드는 ‘스타 메이커(Star-Maker)’ 이기도 하다. 그의 슈퍼 퍼실리테이션 능력은 거의 타고난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 모두는 주변의 슈퍼 퍼실리테이터를 발견하고, 성장시키고, 축하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이 그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올바른 마음가짐과 몇 가지 핵심 실천만 있다면, 누구든 개인의 재능을 신뢰로 전환하고, 그룹을 ‘부분의 합보다 큰 무언가’로 변모시킬 수 있다.


원문 : Every Team Needs a Super-Facilitator, Jamil Zaki #HBR

저자 소개 (About the Author)

자밀 자키(Jamil Zaki) 는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이자 스탠퍼드 사회신경과학 연구소(Stanford Social Neuroscience Laboratory) 소장이다.
그는 《The War for Kindness: Building Empathy in a Fractured World》, 《Hope for Cynics: The Surprising Science of Human Goodness》의 저자이며, 공감과 친절의 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

📘 1. The War for Kindness: Building Empathy in a Fractured World

영문 원서 (APA 7th):
Zaki, J. (2019). The war for kindness: Building empathy in a fractured world. Crown Publishing Group.

한국어 번역본 (APA 7th):
Zaki, J. (2021). 공감은 지능이다: 신경과학이 밝힌 더 나은 삶을 사는 기술 (정지인, Trans.). 심심. (Original work published 2019)


📗 2. Hope for Cynics: The Surprising Science of Human Goodness

영문 원서 (APA 7th):
Zaki, J. (2024). Hope for cynics: The surprising science of human goodness. Crown Publishing Group.

한국어 번역본 (APA 7th):
Zaki, J. (2025). 희망찬 회의론자: 신경과학과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희망의 과학 (정지호, Trans.). 심심. (Original work published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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