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종종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인간의 뇌에서 ‘투쟁 혹은 도피(fight or flight)’ 반응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변화 이니셔티브를 도입할 때 이러한 위협 반응을 어떻게 진정시킬 수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쁜 경영진은 완성도 높은 서사, 변혁의 주인공, 공감할 만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시간과 역량, 여유가 부족하다. 이때 전략적 메타포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메타포는 번개와 같다. 단 한순간에 풍경을 비추며, 뇌를 안정시키고 에너지를 조율하며 방향을 명확히 한다. 모호함, 시간 압박, 저항 속에서 항해해야 하는 리더에게 올바른 메타포는 단순히 여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정을 정의한다. 그것은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가 무엇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그곳에 도달할지를 즉각적으로 보여준다. 다음 번 변화를 계획할 때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만 묻지 말고 “우리의 전략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옮기고 싶게 만드는 메타포는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에드윈(가명)은 타운홀 미팅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회사는 최근 두 명의 CEO를 연달아 교체했으며, 세 번째 CEO로 취임한 에드윈은 청중의 회의감이 객석 구석구석에서 느껴졌다. 팔짱 낀 사람들, 공허한 시선, 그리고 ‘그 얘기 또인가’ 하는 듯한 정중하지만 멀어진 태도. 그는 변혁 이니셔티브 프레젠테이션을 완벽히 준비하기 위해 몇 주를 투자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가 접근법을 검증했고, 슬라이드는 세련됐으며, 데이터는 설득력이 있었고, 논리는 탄탄했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 분석과 경쟁 포지셔닝 슬라이드를 넘길수록 방 안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HR이 사후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청중은 그가 발표한 주요 포인트를 기억하지 못했다. 문제는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전략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에드윈이 나를 초대해 시니어 리더십 팀과 함께 조직문화 변혁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데이터와 프레임워크, 전문 커뮤니케이션 팀의 지원까지 갖추고도, CEO의 메시지가 조직에 잘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인지 과부하 때문이 아니라 감정적 울림을 만들어내는 서사의 부재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스토리와 내러티브는 슬라이드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며, 청중과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낸다. 프랜시스 프레이와 앤 모리스는 “대담한 변화를 이끄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 That Drives Bold Change)”에서 “조직의 에너지를 변화의 방향으로 모을 수 있도록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전략적 내러티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변화는 두려움을 유발하며, 뇌 속 편도체가 위협을 감지하면 ‘투쟁·동결·도피’ 반응을 일으킨다. 데이터는 논리를 자극하지만, 이야기는 편도체의 위협 반응을 진정시킨다. 그러나 경영진은 바쁘고, 시간과 서사적 감수성의 여유가 부족하며, 스토리텔링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들려 급박한 전환 국면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략적 메타포가 유용한 대안이 된다.
메타포는 스토리텔링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완전한 서사를 구성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메타포는 복잡성의 간극을 빠르게 메워주는 ‘인지적 다리’로 작동한다. 조지 레이코프와 마크 존슨은 그들의 저서 『Metaphors We Live By』에서 “메타포는 사고의 근본적 메커니즘이며, 익숙한 영역에서 추상적 개념으로 관계를 전이시켜 복잡성을 줄이고 의사소통을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신경과학 연구 또한 메타포가 뇌 속에서 고정된 신경 패턴을 형성하여 복잡한 개념을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메타포의 힘은 비즈니스 너머에서도 입증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추상적 과학 개념을 설명할 때 메타포를 활용하며, AI 연구자들 역시 인간과의 소통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념적 메타포 이론을 인공지능 모델 훈련에 응용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과 높은 불확실성, 시간 압박 속에서 수행되는 변혁 노력에서 전략적 메타포는 단순한 수사적 장식이 아니라, 집중된 개입(intervention)이다. 로버트 힐과 마이클 레벤하겐은 리더가 모호한 상황 속에서 ‘환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정신적 모델(=감각 만들기, sensemaking)’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 의미를 전달(=감각 주기, sensegiving)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메타포 개발은 핵심 단계다. 연구는 또한 메타포가 추상적 개념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그 효과는 모호성이 높을수록 더욱 커진다고 밝혀냈다.
메타포는 변화의 시간적 압박과 저항이 큰 조직 상황에서 실용적 도구로 작동한다. 칼 웨이크(Karl Weick)가 말한 “인지적 지도(cognitive map)”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경쟁 구도, 자원 이해, 인과관계를 단일한 기억 가능한 틀로 정리할 수 있게 한다. 올바른 메타포는 여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정을 정의한다. 그것은 무엇이 중요한지, 우리가 누구로 변해가는지, 어떻게 함께 그곳에 도달할지를 알려준다. 전략적 메타포를 만드는 일은 단순한 창의적 활동이 아니라 리더십의 행위다.
효과적인 메타포가 어떻게 변혁 이니셔티브의 출발을 가속화하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변화가 인간의 뇌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이해해야 한다. 변혁은 청중의 위협 탐지 시스템(threat-detection system)을 자극한다. 데이비드 록(David Rock)의 SCARF 모델은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지위(Status), 확실성(Certainty), 자율성(Autonomy), 관계성(Relatedness), 공정성(Fairness)이라는 다섯 가지 영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위험 신호를 탐지한다.
변화는 이 다섯 영역 모두를 자극할 수 있다. 지위 위협(Status threat)은 변화가 새로운 조직 질서를 제시하면서 생긴다. 역할이 바뀌고, 자원이 재배분되며, 기존 계획이 중단되고, 권력이 이동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변화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본능적 자기보호 반응을 일으킨다. 확실성 위협(Certainty threat)은 새로운 사업 모델이나 운영 변화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할 때 강화된다. 불확실성은 불안을 유발해 실행력보다 걱정에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자율성 위협(Autonomy threat)은 변화가 ‘위로부터 내려오는 명령’처럼 느껴질 때 생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어한다. 새로운 방향이 일방적으로 주어질 경우, 직원들은 마음을 닫거나 심지어 실행을 방해할 수 있다. 관계성 위협(Relatedness threat)은 변화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팀의 결속을 약화시킬 때 발생한다. 동료와 경쟁해야 하거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변화의 추진력을 약화시킨다. 공정성 위협(Fairness threat)은 변화의 성공이 공정하게 보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비롯된다. 과거 CEO들이 실패한 경험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로 이어져 전략적 합리성이 아닌 ‘경험적 냉소주의’를 낳는다.
에드윈의 팀은 제한된 시간 속에서 또다시 ‘데이터 중심의 발표’로 냉소를 유발할 위험을 피하고자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그들은 이번 전환 노력을 하나의 메타포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그 메타포는 조직 내에 퍼져 있던 SCARF 관련 위협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역할을 했다.
포커스 그룹과 직원 참여도 조사를 통해 확인된 주요 위협은 ‘지위(Status)’였다. 잦은 리더 교체로 인해 직원들은 “대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의 중요성을 낮추지 않고 오히려 고양시킬 수 있는 메타포가 필요했다. 에드윈과 그의 팀은 이번 변화를 “국가 지사의 명예를 되찾는 여정”으로 재정의했다. 이는 단순한 성과 향상이 아니라 ‘승리’의 서사였다. 매년 본사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어워드에서 다른 시장이 우승했지만, 이 나라 지사는 한 번도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등장한 메타포가 바로 “컵을 집으로 가져오자(Get the Cup Home)”였다. 이는 자부심, 목적, 공동의 기여를 상징하는 구호이자 조직 전체의 에너지를 결집시킨 정서적 단축키가 되었다. 각자가 이 승리의 여정에 역할을 맡았다. 에드윈의 팀은 역량은 충분했으나, 부서 간 협력과 공동 목표 의식이 부족했다. “컵을 집으로”라는 메타포는 기존 역량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해야만 달성 가능한 탁월함을 향해 시선을 돌리게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역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이 글로벌 순위에서 준결승에 올랐다. 지역적 자부심이 되살아났고, 성과의 모멘텀은 지속되었다. 이 메타포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장치가 아니라, 지속적 문화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가 되었다.
“컵을 집으로”라는 메타포는 지위 위협을 넘어 다른 정서적 위협도 체계적으로 완화했다. 성공의 기준이 구체적이고 시각적으로 제시되면서 확실성이 높아졌다. 팀은 각자 자율적으로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면서도 자율성을 느꼈고, ‘국가대표 팀’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며 관계성이 강화되었다. “이번에는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을 되찾는다”는 메시지는 공정성의 감각을 높였다.
그러나 행동이 수사와 따로 놀면 메타포는 공허한 수사가 된다. 따라서 자원 배분, 행동 기준, 성과 관리가 메타포의 초대(invitation)에 일관되게 연결되어야 한다. 에드윈의 팀은 부서 간 협력 프로젝트를 만들고, 진행 속도를 점검하며, 글로벌 어워드 진출이라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프로젝트 마일스톤을 “승리의 플레이”, 문제 해결 미팅을 “챔피언십 작전회의”라 부르며 메타포를 일상 언어에 스며들게 했다. 목표를 빠르게 달성한 팀은 “MVP”, 협력적 성취는 “팀 승리”로 명명하며 뉴스레터에 공유했다. 리더는 실패를 부서 간 책임공유의 기회로 삼고, 자원 배분 시 타 부서를 위해 로비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에드윈의 사례는 예외가 아니다. 적절히 설계된 전략적 메타포는 다양한 산업의 변혁 상황에서 유효하다. 예를 들어, 한 제조업체는 완전 자동화된 디지털 공장을 처음 도입하면서 직원들이 복잡성과 새로운 시스템에 압도되었다. 경영진은 각 팀에 ‘로켓 발사’라는 메타포를 부여하고, 자동화 혁신을 ‘달 탐사 프로젝트(moonshot)’로 명명했다. IT팀은 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연료 공급(fueling)”, HR은 번아웃 방지를 “온도 관리”, 운영팀은 워크플로우 모니터링을 “궤도 제어(trajectory control)”라 불렀다. 리더십 팀은 “미션 커맨드(mission command)”로 불리며 전사적 조율을 담당했다. 이렇게 역할이 명확해지자 혼란이 사라지고, ‘불확실성’은 ‘탐험의 흥분’으로 바뀌었다.
또 다른 사례로, 한 포춘 500 금융회사는 직원들이 고객의 요구에 단순히 응답하는 ‘주문 처리자(order taker)’로 느끼는 것을 문제로 인식했다. CEO는 이를 바꾸고자 직원들을 “금융 세계의 의사들(Physicians of the Payments World)”로 재정의했다. 직원들은 단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고객의 근본적 필요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전문가로 거듭났다. 이 메타포는 전문직으로서의 자긍심을 회복시키고, 표면적 작업이 아닌 진단적 사고와 협업을 촉진했다.
적합한 메타포를 찾기 위해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한다.
① 어떤 위협을 진정시키려 하는가?
예를 들어, 지위 위협을 다루려면 “정예 부대”, “장인”, “A팀”처럼 중요성을 높여주는 메타포가 효과적이다.
② 이 변화는 익숙한가, 낯선가?
익숙한 과제라면 기존 경험을 인정하면서도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요구하는 메타포(예: “우리는 대학 팀에서 챔피언십 팀으로 간다”)가 좋다. 낯선 과제라면 탐험과 개척을 강조하는 메타포(“우리는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개척자다”)가 적절하다.
③ 메타포가 조직 전체에 통용될 수 있는가?
팀과 지역, 문화 간에서도 이해될 수 있는 보편적 개념이 필요하다. “챔피언 팀(competition)”, “개척자(exploration)”, “치유(healing)” 같은 범용 메타포는 “홈런”, “펀트” 같은 문화 특수적 표현보다 효과적이다.
④ 기억하고 공유하기 쉬운가?
변화는 이미 인지적·정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복잡한 약어보다 “등대(lighthouse)”, “다리 놓는 사람(bridge builders)”, “정원사(gardeners)”처럼 단순하고 직관적인 메타포가 좋다.
전략은 슬라이드가 사라지면 함께 잊히지만, 메타포는 기억에 남는다.
전략적 메타포는 사람들에게 변화를 이해하게 할 뿐 아니라 변화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변화의 불안을 잠재우는 인지적 지도를 제공한다.
그러니 다음 번 변화를 준비할 때, “우리의 전략은 무엇인가?”보다 먼저 이렇게 물어야 한다.
“사람들이 우리 전략을 함께 나르고 싶게 만드는 메타포는 무엇인가?”
메타포가 일을 대신하게 하라.
원문 : Gautam, T. (2025, October 9). The power of metaphors when introducing change initiatives. Harvard Business Review.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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