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AI가 만들어낸 ‘워크슬롭(Workslop)’이 생산성을 파괴한다.

생성형 AI의 직장 내 활용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대다수 기업은 측정 가능한 투자 대비 수익(ROI)을 거의 보고 있지 않다. 그 한 가지 이유는 AI 도구가 “워크슬롭(workslop)”, 즉 겉보기에 그럴듯하지만 실질적 내용이 없는 산출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AI 산출물은 동료에게 인지적 부담(cognitive labor)을 전가하며, 생산성과 신뢰, 협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BetterUp Labs와 스탠퍼드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41%의 근로자가 이러한 AI 산출물을 접한 경험이 있으며, 그때마다 평균 2시간 가까운 재작업이 필요해 생산성 손실을 초래했다.

리더들은 조직 내에서 무분별한 AI 사용 지시를 내리거나 품질 기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① 목적 있는 AI 사용을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② 명확한 품질 기준과 사용 규범을 수립하며,
③ ‘파일럿 마인드셋(pilot mindset)’—즉 높은 주도성과 낙관주의를 갖춘 태도—을 장려해야 한다.
AI를 지름길이 아닌 협업 도구로 재정의하는 것이 핵심이다.


AI 도입의 역설

오늘날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 도구를 채택하고 있으나, 그 결과는 혼란스럽고 모순적이다. 직원들은 회사의 AI 활용 지침을 따르고 있지만, 실질적인 가치는 거의 창출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AI 주도 프로세스를 완전히 도입한 기업 수는 전년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었고, 2023년 이후 직장 내 AI 사용률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MIT 미디어랩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95%의 기업이 이 기술 투자에서 측정 가능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활동은 많고 열정도 넘치지만, 성과는 없다. 왜일까?

스탠퍼드대 소셜미디어 연구소와의 협력 연구에서 BetterUp Labs는 그 이유 중 하나를 확인했다. 직원들이 AI 도구를 활용해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동료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저품질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현상을 흔히 “AI slop”이라 부르는데, 직장 환경에서는 이를 “워크슬롭(workslop)”이라 정의했다. 즉, 워크슬롭은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AI 산출물’이다.


워크슬롭이 생기는 방식

AI 도구가 보편화되면서, 직원들은 누구나 빠르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포맷이 완벽한 슬라이드, 길고 구조화된 보고서, 비전문가가 작성한 학술 논문 요약, 또는 AI가 생성한 코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이 좋은 결과물을 다듬는 데 활용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맥락이 결여되고, 부정확하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산출물을 양산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워크슬롭이 결국 동료에게 재해석·수정·재작업의 부담을 떠넘긴다는 점이다. 즉, 노력이 작성자에서 수신자로 전가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기억날 것이다. 문서를 열었을 때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라는 혼란과 “이걸 그냥 AI로 만든 건가?” 하는 짜증이 함께 밀려왔던 순간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워크슬롭을 당한 것이다.


워크슬롭의 실제 피해

최근 우리가 진행 중인 설문조사(참여 가능)에 따르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미국 내 다양한 산업의 정규직 노동자  1,150명을 조사한 결과, 40%가 지난 한 달 동안 워크슬롭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그들은 업무 중 받은 콘텐츠의 약 15.4%가 워크슬롭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워크슬롭은 주로 동료 간(40%)에 발생하지만,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보내는 경우도 18%, 상사나 고위직이 하급자에게 보내는 경우도 16%에 달했다. 전 산업군에서 나타나지만, 전문 서비스업과 기술 산업에서 특히 심각했다.


‘워크슬롭 세금(Workslop Tax)’

기계에 인지적 부담을 전가하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06년, 기술 저널리스트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The Atlantic』에 「Google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가?」라는 에세이를 발표하며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보다 훨씬 이전인 소크라테스 시대에도 ‘문자(알파벳)’가 인간의 기억 능력을 퇴화시킨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워크슬롭은 이와 다르다. 기계에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통해 타인에게 인지적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동료가 워크슬롭을 받으면 그 내용의 맥락을 해석하고 오류를 바로잡는 추가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결국, 복잡한 의사결정과 재작업, 불편한 대화가 뒤따른다.


사례

한 금융업 종사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AI로 만든 문서를 받았을 때, 직접 고쳐야 할지, 다시 쓰게 해야 할지, 그냥 넘어가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이는 정신적 게으름과 느린 사고를 조장하며, 결국 외부 도구에 의존하는 사회를 만든다.”

한 기술기업의 중간관리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메일의 실제 의도가 헷갈려서 내용을 정리하는 데 1~2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팀원들을 모아 다시 설명해야 했다.”

소매업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정보를 검증하고 다시 확인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또 다른 관리자들과 회의를 열어 문제를 논의해야 했고, 결국 내가 직접 다시 일을 해야 했다.”


비용 추정

응답자들은 워크슬롭 한 건당 평균 1시간 56분을 낭비했다고 보고했다. 이를 시간당 급여로 환산하면 월평균 약 186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10,000명의 직원을 둔 조직에서 워크슬롭 발생률(41%)을 고려하면, 연간 900만 달러 이상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또한, 사회적·정서적 비용도 크다. 53%는 짜증, 38%는 혼란, 22%는 불쾌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협업 관계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은 워크슬롭을 보낸 동료를 덜 창의적이고, 덜 유능하며, 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42%는 덜 신뢰할 수 있다고 느꼈고, 37%는 지적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는 최근 연구 결과—AI를 사용한 엔지니어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유능하다고 인식되는 ‘역량 벌칙(competence penalty)’—과 일치한다.

34%는 이러한 경험을 상사나 동료에게 보고했고, 32%는 워크슬롭을 보낸 사람과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결국 워크슬롭은 조직 내 신뢰·협업·변화관리의 기반을 잠식하는 장기적 위험 요인이 된다.


리더가 해야 할 일

AI로 인한 워크슬롭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에도 엉성한 일(sloppy work)은 존재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지름길을 찾고, 피로할 때는 사고보다 ‘일하는 척’을 선택한다. 이제 생성형 AI는 이러한 인간의 습관을 기술적으로 확장시키는 수단이 되었다.

조직은 이를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AI에 대한 투자가 진정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연구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1. 무분별한 지시는 무분별한 사용을 낳는다

“AI를 어디서든 써라”는 조직의 구호는 결국 무비판적 복붙 문화로 이어진다. AI는 모든 업무에 적합하지 않으며, 복잡한 일에는 여전히 인간의 맥락 이해와 판단이 필요하다. AI를 모든 일에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가 된다.

리더는 AI 활용을 직원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명확한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즉, “AI는 모두의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리더의 책임이 가장 크다.


2. 마인드셋이 중요하다

BetterUp Labs는 2023년부터 생성형 AI의 조직 내 채택을 예측하는 요인을 추적해왔다. 그 결과, 높은 주도성(agency)과 낙관주의(optimism)를 가진 직원이 AI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을 ‘파일럿(pilot)’, 그 반대의 수동적 사용자를 ‘패신저(passenger)’라고 불렀다.

파일럿은 직장 내에서 AI를 75%, 직장 밖에서는 95% 더 자주 활용했다. 중요한 점은, 파일럿은 AI를 창의성을 높이는 도구로 사용하는 반면, 패신저는 일을 회피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AI는 목적을 가진 파일럿의 손에 있을 때만 가치가 있다.


3. 협업에 다시 집중하라

AI와의 협업은 새로운 형태의 협업이다. 좋은 프롬프트 작성, 피드백 제공, 맥락 설명— 모두 협업적 행동이다. AI는 인간의 일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협업 파트너로 봐야 한다.

2025년의 협업은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포함해야 한다. AI 산출물을 공동의 워크플로우에 통합하고, 공유 목표를 위한 협력의 일부로 다루어야 한다. AI를 책임 회피의 도구로 쓰는 조직과, 공동 성과를 위한 협력 도구로 쓰는 조직의 차이가 AI 활용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결론

워크슬롭은 만들기는 쉽지만, 그 피해는 조직 전체에 누적된다. 보내는 사람은 ‘일을 줄이는 요령’이라 생각하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다시 일을 만들어내는 덫’이 된다.

리더는 의도적이고 책임 있는 AI 사용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 명확한 규범과 가드레일을 세우고,

  • AI를 협업 도구로 정의하며,

  • 일럿 마인드셋(주도성과 낙관주의)을 장려해야 한다.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에도 인간만큼의 품질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AI를 목적 없는 생산 자동화로 두면,
그 결과는 결국 생산성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원문 : Niederhoffer, K., Kellerman, G. R., Lee, A., Liebscher, A., Rapuano, K., & Hancock, J. T. (2025, September 22). AI-generated “workslop” is destroying productivity. Harvard Business Review.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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