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직장에서 용기를 발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종종 그들이 조직에서 소외되거나 직장을 잃는 결말을 맞이한다. 그러나 필자가 연구를 통해 본 결과는 보다 미묘했다. 대부분의 용기 있는 행동은 내부의 존경받는 구성원들—즉, 조직 안에서 신뢰를 쌓은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옳다고 믿는 일을 선택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이들은 불공정한 정책에 맞서거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거나, 새로운 전략적 시도를 촉진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평판과 실적을 바탕으로 변화의 여지를 확보했으며, 과정을 잘 관리하면 오히려 지위가 높아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용기를 발휘한 사례를 이야기할 때,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결국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지어 직장을 잃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가 연구 과정에서 본 현실은 훨씬 더 미묘한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용기 있는 행동은 내부 고발자나 ‘조직의 순교자’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조직의 내부, 다양한 직급에서 존경받는 구성원들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행동으로 옮길 때 나타났다. 그것이 위험한 전략적 결정을 추진하는 일이든, 불공정한 정책의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든, 비윤리적 행동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일이든 말이다.
이들의 평판과 실적은 조직의 주변부나 외부인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현명하게 관리했을 때, 그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지위와 신뢰가 상승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보자. ‘마사’(가명)는 한 소규모 회사의 재무 매니저였다. 그녀는 수년간 회사 사장으로부터 외설적인 농담과 성적 암시를 들어야 했다. 마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에게 직접 이야기해야 할까, 아니면 회사를 떠나야 할까? 다른 여성 직원들은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사장은 직원 모임에서 분위기가 가벼워진 틈을 타 장난스럽게 그녀를 부적절하게 만졌다. 마사는 충격을 받았고, 그날 오후 사장실로 찾아가 행동을 직접 지적했다. 그는 변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날 각오를 했다. 마사는 “그의 행동은 나를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당신이 나를 동등한 직장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아마도 즐거운 근무 환경을 만들려는 의도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방식은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사는 사장이 분노하거나 자신을 해고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자신이 그런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여성 직원들도 비슷하게 느꼈을 가능성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마사가 아무도 감히 하지 못한 말을 했다는 점을 칭찬했고, 이후 몇 달 동안 그녀의 조언을 구하며 조직 내 성평등 문화를 바로잡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전 직원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1년 후 마사는 부사장(VP)으로 승진했다.
그녀가 한때 “사장은 절대 여성을 그 자리에 앉히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사실을 돌이켜보면, 이 결과는 놀라운 변화였다.
필자는 ‘직장 내 용기(workplace courage)’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기 전에 이미 사람들이 왜 직장에서 침묵하는가에 대해 10년 이상 연구해왔다. 그러던 중, 필자는 다양한 직급의 사람들이 자신의 경력을 망치지 않으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례들을 발견했다.
이들의 성공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학습 가능한 태도와 행동에 기반했다. 필자는 이런 사람들을 ‘숙련된 용기(competently courageous)’를 지닌 사람이라 불렀다. 그들은 행동을 위한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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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에서 강한 평판을 구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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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못되었을 때를 대비한 대체 수단(fallback options)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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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 시기, 목표에 비추어 행동의 적절성을 신중히 판단했다.
또한 그들은 실행의 순간에는 메시지와 감정을 관리해 성공 확률을 높였으며, 행동 이후에는 관계를 유지하고 지지를 결집했다.
이러한 단계들은 큰 변화를 이끌 때뿐 아니라, 작거나 지역적인 문제를 다룰 때에도 유용했다.
누군가는 필자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자면, 권위·규범·제도를 도전하는 과정에서 나쁜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용기란 결국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해도 결코 해고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물론,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행동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료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조직 전체의 권력 구조를 거스르는 일보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연구한 사람들 가운데, 변화에 실패한 이들도 대부분 자신의 위험 감수가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었다. 그들은 자신이 믿는 바를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다. 다만 “조금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네 가지 원칙은, 행동하기로 결심한 모든 사람들에게 보다 높은 확률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지침이 될 것이다.
기반 다지기 (Laying the Groundwork)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용기를 발휘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직원들은 대부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자신이 일을 잘하고, 조직에 헌신하며, 공정한 사람임을 입증해왔다.
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들과의 신뢰를 얻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지지를 받는 동시에 독립적인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특이성 공로(idiosyncrasy credits)’를 축적했다. 이것은 ‘유능함과 조직 순응을 통해 쌓인 goodwill(호감과 신뢰)’로, 기존의 규범이나 권력을 도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신용 자산이다.
반대로, 이기적이거나 악의적인 평판을 가진 사람이 정당한 변화를 요구할 경우, 같은 행동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훨씬 낮았다.
숙련된 용기를 지닌 사람들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방식으로 관계를 구축했다.
그들은 구성원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며, 상대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일에 시간을 투자했다.
예를 들어, 비영리 사회적 투자 펀드 루트 캐피털(Root Capital)의 전 부사장 캐서린 길(Catherine Gill)은 조직 내에서 드러난 의도치 않은 여성 편향(gender bias)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이 문제는 매우 다루기 어려운 주제였다. 왜냐하면 리더십의 문화를 비판하는 것은 곧, 사회적 선을 지향하는 조직의 사명 자체를 비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길은 고위 경영진과 함께 아프지만 솔직한 대화를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조직은 실제적인 문화 변화를 이루었다.
그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탁월한 실적과 조직 내 평판에 있었다. 루트 캐피털에서 근무한 첫 2년 동안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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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조성(fundraising) 분야에서 꾸준히 높은 성과를 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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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데 필요한 감정적·지적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또한 조직의 핵심 가치와 사명에 깊이 헌신했다.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역할을 조정하며 가장 시급한 과제를 맡았고, 자신이 제안한 각종 이니셔티브가 조직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설명했다.
또한, 모든 사안을 성별 이슈로만 해석하지 않았다.
그 결과, 양쪽 모두로부터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평판과 판단력 덕분에, 길은 리더십 팀이 귀를 기울일 만큼의 신용(idiosyncrasy credit)을 쌓을 수 있었다.
그녀는 조직 내에서 가능한 변화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파악했고, ‘섬에서 쫓겨날 만큼(push too far)’ 과도하게 밀어붙이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녀의 근면함, 현명한 판단, 그리고 유머감각은 더 큰 용기 있는 행동을 위한 무대를 준비하게 했다.
모든 상황이 용기를 발휘하기에 적합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결과가 잘 풀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숙련된 용기를 지닌 사람들은 불리한 결과를 완화할 장치(mechanisms)를 사전에 마련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통신사 텔레콤 이탈리아(Telecom Italia)의 전 CEO 프랑코 베르나베(Franco Bernabè)는 거대 기업의 수장으로서 누릴 수 있는 여러 특권을 일부러 거부했다.
그 이유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 잃을 것이 적을수록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CEO 자리를 잃고 더 평범하고 덜 화려한 자리로 돌아가더라도,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싸움을 선택하기 (Choosing Your Battles)
모든 용기의 기회가 가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필자가 연구한 용기 있는 사람들 가운데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이들은 행동에 나서기 전에 스스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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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정말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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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올바른 시점인가?”
‘중요성’은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목표와 가치, 그리고 동료·이해관계자·조직의 가치에 따라 달라졌다.
한 사안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판단할 때, 그들은 자신의 감정적 반응을 인식하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또한 어떤 ‘전투’가 최종적인 ‘전쟁의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살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이후 더 중요한 과제의 자금 지원 가능성을 낮출 수도 있다면, 그들은 신중하게 접근했다.
숙련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은 적절한 타이밍의 달인이었다.
그들은 이미 어렵게 쌓은 신용(idiosyncrasy credits)을 최근에 사용했을 경우, 같은 시점에 다시 행동하지 않았다.
또한 주변의 상황을 세심히 관찰하며, 지금이 움직일 때인지 기다려야 할 때인지를 판단했다.
만약 때가 적절하지 않다면, 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기다렸다.
조직의 변화나 새로운 동맹의 등장, 혹은 환경의 전환 등 자신의 행동을 지지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들은 조직 내 ‘관심 주기(attention cycles)’, 즉 특정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을 잘 포착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글로벌 대표성’이나 ‘다양성 있는 리더십 구성’을 요구하는 것이 위험한 주제였지만,
오늘날에는 기업들이 이러한 이슈를 공개적으로 다루는 데 훨씬 더 열린 태도를 보인다.
따라서 숙련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행동해야 하는 경우나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행동을 보류했다.
예를 들어, 액세서리·의류 회사를 새로 이직한 제품 매니저 ‘맨디’는 입사 직후 회사의 주요 공급업체 중 하나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업체의 담당자들은 무례하고, 거짓말을 일삼았으며, 제품 품질도 형편없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관계는 오래된 인연이었고, 양사 간의 핵심 관리자들이 오랜 친구 사이였다. 따라서 즉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았다.
맨디는 6개월간 기다렸다. 그동안 회사에 대한 자신의 헌신을 보여주었고, 내부 관계의 역학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문제의 증거를 수집하고, 대체 공급업체를 탐색하며, 새로운 선택이 가져올 개선 효과를 수치화했다. 결국 제안을 올렸을 때, 관련 부서의 부사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때로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용기 있는 행동의 긴급성과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높였다. 예를 들어, 매출 부진, 리더십 교체, 혹은 조직 위기 상황은 사람들이 새로운 제안을 수용하기 쉽게 만들었다.
의사이자 경영자인 타치 야마다(Tachi Yamada)는 이런 기회를 포착하는 데 탁월했다. 그는 1999년 스미스클라인 비첨(SmithKline Beecham)의 R&D 총괄로 부임했을 때, 연구 조직을 전통적인 기능별 구조가 아닌 질병 영역(disease area) 또는 자산(asset)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침 그 시기, 회사는 또 다른 제약 대기업 글락소(Glaxo)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다. 야마다는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그는 합병 후의 R&D 조직이 자신이 제안한 구조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특히 글락소 측의 과학자들과 R&D 리더들은 “작은 회사 출신의 새 임원이 와서 우리에게 변화를 강요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들 대부분은 야마다에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그는 시기를 역이용했다.
“두 회사 모두 신약 파이프라인이 약했고, 합병으로 인해 변화의 필요성이 명확했다.
바로 그것이 나에게 ‘불타는 플랫폼(burning platform)’이었다.”
결국 그는 이 구조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그의 성공 요인은 시기 판단력과, 기회를 기민하게 잡아내는 능력이었다.
설득의 순간 다루기 (Persuading in the Moment)
직장 내 용기는 준비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행동해야 할 때가 온다.
이 단계에서 숙련된 용기를 지닌 사람들은 세 가지에 주로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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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구성하는 것(frames the issue in relatable te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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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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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흐름을 관리하는 것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조직의 핵심 가치나 우선순위와 연결하거나,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 해결과 관련지었다. 또한 의사결정권자들이 배제되거나 공격당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했다.
광고회사 버틀 보글 해거티(Bartle Bogle Hegarty, 이하 BBH)의 전 임원 멜 엑슨(Mel Exon)은 이러한 설득의 달인이었다.
그녀와 한 동료가 처음 내부 혁신 조직(BBH Labs)을 제안했을 때, 경영진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임원들은 “별도의 혁신 부서를 만든다면, 그 말은 곧 나머지 부서가 혁신적이지 않다는 뜻 아니냐”고 우려했다. BBH는 스스로를 ‘산업의 반골(contrarian visionary)’, 즉 검은 양(black sheep)으로 상징하는 회사를 자부심으로 여겼기 때문에, 그들의 우려는 회사의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었다.
엑슨은 그들의 자존심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설득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BBH의 고객 중 다수는 바로 그 혁신성 때문에 우리를 찾아온다.
새로운 ‘랩(Lab)’은 바로 그 정신을 이어받는 곳이다.”
즉, BBH Labs는 기존 철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DNA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랩의 성과는 모든 직원과 공유될 것”이라 설명하며, 구성원 전체가 이 과정에 공동 참여자가 될 것임을 설득했다. 결국 엑슨의 제안은 승인되었고, 나중에 CEO는 “그녀가 회사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가능성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설득의 순간에 논리만큼 중요했다.
한 글로벌 대기업에서 태양광 사업을 담당했던 관리자 에릭(가명)은 전통적인 사업 부문의 고위 임원들과 자주 충돌했다.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임원들은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그건 우리 회사에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거칠게 반박했다.
논의는 종종 감정적으로 격해졌고, 에릭은 좌절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감정의 덫에 빠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들의 반응은 두려움의 표현이다.
새로운 것을 모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이렇게 상대의 마음가짐을 인정하자, 그는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감정적 논쟁 대신 데이터 중심의 논거를 차분히 제시했다. 그 결과, 임원들은 점차 그의 관점을 받아들였고, 회사는 에릭이 제시한 전략 방향으로 강력히 전환했다.
후속 관리하기 (Following Up)
용기를 숙련되게 발휘한 사람들은 행동이 끝난 뒤에도 반드시 후속 조치를 취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들은 자신이 관여한 사람들과의 관계와 신뢰를 관리했다.
성과가 좋았을 때는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공로를 함께 나누었으며,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는 남아 있는 감정이나 갈등을 다루고, 손상된 관계를 복원했다.
예를 들어, 루트 캐피털(Root Capital)의 캐서린 길(Catherine Gill)은
조직 문화 변화를 위한 캠페인을 리더십 리트릿(retreat)에서 약 30명의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 행동은 CEO를 불시에 당황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길은 곧바로 그 상황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 자리에 있었던 대화는 CEO에게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나 개인적인 공격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그래서 길은 그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CEO를 따로 찾아가 이야기했다.
그녀는 차분히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혁명을 일으키려는 게 아닙니다.
단지 우리 조직이 본래 지향하던 이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길 바랄 뿐입니다.”
그 진심 어린 대화 덕분에, CEO는 길의 행동을 반대나 반항이 아닌 진정한 헌신의 표현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숙련된 용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후속 관리’는 행동 이후의 관계 복원만을 뜻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속적인 행동(commitment)의 과정이었다.
첫 번째 행동이 성공했더라도,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의제를 옹호하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며, 다른 이들이 약속을 실행하도록 점검했다.
반대로 일이 잘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그들은 그 경험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는 배웠다”고 생각하며 학습의 기회로 전환했다.
그들은 결과를 두려워해 숨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이 점은 캐스케이드 엔지니어링(Cascade Engineering)의 창립자 프레드 켈러(Fred Keller)의 사례에서 잘 드러났다.
그는 회사에서 복지 수급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참여자들은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일관했고, 업무 성과도 매우 낮았다.
몇 주가 지나자 신규 채용자는 한 명도 남지 않았고,
기존 직원과 관리자들 모두 불만과 피로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켈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를 배움의 기회로 해석했다.
조사 결과, 회사도 신규 직원들도 이 프로그램을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프로그램을 전면 재설계했다.
모든 참여자에게 더 많은 사전 교육을 제공했고,
이번에는 현장 관리자에게도 리더십 훈련을 추가했다.
두 번째 시도 또한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켈러는 사내외의 비판을 ‘피드백 자원’으로 전환했다.
그는 지역 정부의 사회복지국과 협력해 전담 사회복지사(social worker)를 회사에 상주시켰다.
이 사회복지사는 신규 직원들이 개인적·생활적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성공적인 복지-고용 연계 모델(welfare-to-career model)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캐스케이드 엔지니어링의 핵심 제도로 정착했고,
미국 내에서 복지에서 자립으로의 전환 모범 사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켈러는 직원들로부터 깊은 신뢰와 충성심을 얻었다.
시작하기 (Getting Started)
용기가 필요한 순간은 꼭 거대한 변화나 위기 상황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필자와 동료 에반 브루노(Evan Bruno, 버지니아대 다든경영대 박사과정 연구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에는 매일같이 용기를 요구하는 수많은 행동들이 존재했다. 때로는 단지 자신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했다.
우리가 ‘위험’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히 해고나 재정적 파산 같은 결과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거절, 창피, 사회적 배제 같은 감정적 위험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회사 대표인 프레드 켈러에게 용기가 왜 필요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회사를 소유한 사람이었으니,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켈러는 수년 동안 내부와 외부에서 모두 ‘회의적인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의 복지-고용 프로그램은 처음에는 비현실적이고 ‘이상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일부는 “시간과 돈 낭비”라고까지 비난했다.
그럼에도 켈러는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을 무릅쓰고, “비웃음을 살지라도 옳다고 믿는 일”을 지속한 것 자체가 용기였다.
좋은 소식은, 필자가 연구한 대부분의 사례에서 ‘숙련된 용기(competently courageous)’는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행동이었다는 점이다. 용기는 노력과 연습에 따라 성장하는 능력이었다. 즉, 영웅적인 성격을 가진 극소수의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나 단계적으로 기를 수 있는 역량이었다.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필자가 학생이나 리더들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있다.
“처음부터 깊은 물에 뛰어들지 말라. 대신 작고 관리 가능한 용기의 행동부터 시작하라.”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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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밖의 관계에서 어렵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시도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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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는 동료에게 조금 불편한 주제를 먼저 꺼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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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 직접 맞서기 전에, 자신의 팀에서 작은 변화의 실험을 시도하는 식이다.
또한 “작다”는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발표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이 작은 일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큰 용기를 요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필자는 이를 돕기 위해 ‘직장 내 용기 행동 지수(Workplace Courage Acts Index)’를 만들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용기 있는 일로 인식하는지 진단해볼 수 있는 도구다. (www.workplacecai.com에서 무료로 참여 가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와 목적을 중심에 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설사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자기존중감(self-respect)을 지킬 수 있었다. 또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적어도 옳은 일을 했다”는 확신 덕분에 후회가 줄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설명한 원칙들을 실천함으로써, 사람들은 용기를 내는 행동의 위험은 줄이고,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은 극대화할 수 있었다.
저자
James R. Detert는 《Choosing Courage》(HBR Press, 2021)의 저자이며, 버지니아대학교 다든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John L. Colley 석좌 교수이다.
원문
Detert, J. R. (2018, November–December). Cultivating everyday courage: The right way to speak truth to power. Harvard Business Review. Retrieved from https://hbr.org/2018/11/cultivating-everyday-cou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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